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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리랑의 "동백꽃" 관람 후기

작성자품안마을

작성일2013-05-09

조회수5,012

어제 아침 큰 딸한테 불쑥 문자가 왔다.

" 엄마, 아빠 오늘 어버이날 축하드려요 오늘 어버이날이라서 저희가 공연보시라고 예매해 놨어요 !"

참 무덤덤하게도 보낸 문자 한 통이지만 가슴이 먹먹해짐은 어쩔텐가.. 딸바보 아빠라도 좋다.

동숭동 아리랑 소극장, 20년도 전에 아내와 데이트하면서 걷던 그 길을 딸아이가 다시 보내주는 걸....

이게 세월인가 하지만 동숭동의 열기와 젊음 그리고 낭만은 그대로인 것 같다. 점점 외국의 어느 거리가 되어가는 것 같긴 하지만 젊은이들의 취향이 그러할 진대.....

작은 소극장의 소박한 "동백꽃"이란 제목이 그저 수더분하고 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저 시골스런 평범함, 시작도 앙증맞게 응원과 퀴즈로 분위기를 띄우고..

강릉 사투리가 살갑게 다가오고 있었다. 군 생활을 강릉에서 한 덕에 번역없이도 완벽히 해석 가능한. ㅋㅋ

좀 과장된 표현과 조금은 썰렁한 무대장치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사가 없진 않았지만 산골의 투박한 감자같은 특툭 던져지는 애드립에 가까운 치열한 대사들, 참 연습 많이 했겠다 싶었다. 타이밍도 완벽 !!

김유정의 단편 소설에는 생강나무 같은 알싸한 여운과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기가 많았었는 데...연극으로 꾸며지면서 어쩔 수 없는 변화, 하지만 거기엔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자의 생동감이 있었다. 두둥, 두둥 큰 북과 작은 북이 어우러지는 장단이 박진감과 함께 Non Verval Performance 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맛드러진 뒤섞임이 참 잘 어우러진다. 간간히 들리는 피리와 태평소 소리도 마음 깊은 곳의 오래된 때를 벗겨내는 어머니의 수세미 손길처럼 사각 사각... 마음에 묻어 온다.

젊은 점순댁의 천연덕스런 표정과 대사, 앳된 점순이의 발랄함과 두근 거림, 노총각의 땀 냄새 밴 좌절과 원망, 닭 싸움의 치밀하고 섬세한 몸짓(진짜 닭보다 더 닭 같다, 동물개그를 보여주는 서남용씨보다 더 잘한다), 눈 빛, 표정, 대사, 땀 들이 바로 앞에서 나의 Outsider 됨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운 고추장 처럼 버무려지고 숙성되는 압권이 무겁게 그리고 된장같은 맛으로 다가온다.

득득 드드득하며 흙을 고르는 고된 노동을 해학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여성 연출가라고는 믿기 어려운 디테일과 감정이었을텐데.... 참 섬세한 봄내를 고향으로 가진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지금 이곳 품걸리 사시는 어르신들의 어릴 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정함에 무대위엔 어느새 호성이장님, 상진 형님, 석원형님, 윗말 아저씨, 노인회장님이 서 계신 듯.

상진형님 형수는 점순이 였을까 ㅋㅋ 상상이 오버랩되며 더 재미있는 또 하나의 실황이 펼쳐져 피식 웃음이 든다.

2주전 산길에서 수확한 산동박, 생강나무꽃으로 잘 말려 만들어 놓은 노랑 동백차를 만들어 마셔야지... 알싸한 향기와 함께 연극을 아내와 곱씹어보며 한 바탕 웃음과 젊은이들의 열정, 그리고 지금의 품걸리가 한꺼번에 마음을 꽉 채운다.

연극이 끝 난 후, 출연진들과 사진 한 컷, 아내에겐 옛날을 그리워하는 향수의 작은 선물이 되겠지...

"연극이 끝난 후" 란 우리 시대에 유행하던 노래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리 쓸쓸하진 않도록 사진촬영의 작은 선물의 배려도 돋보이고.

오랫만에 웃으며 재미있게 아내와 즐길 수 있음에 연극을 만드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우리 품안마을에 한 번 초대해야겠다. 감사와 위로 겸 원작의 춘천 아직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을 다시 한 번 보시라고. 청춘의 로맨스는 아니지만 지금도 살아있는 "동백꽃"연극의 다른 공연을 보여드리러..그럼 내년에 또 다른 "동백꽃"연극이 이 동숭동에 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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